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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내시경과 역설반응
- 등록일시 : 202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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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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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XX 때문에”…수면내시경 중에 욕설, 이 사람 왜?
[메디체크의 헬스업] 수면내시경과 역설반응
“그 남자 때문에. 회사 못 다니겠어, 성격 드러워”
“회사 식당 밥 왜 그래, 토 나와. 된장국에서 X냄새 났어.”
“간호사님, 인기 많아요? 나이가 몆살이에요?”
위의 잠꼬대 같은 말들은 실제 수면내시경 중 터져 나온 환자들에게 나온 것들이다. 이것은 약과. 감정이 격해져 울기도 하고, 손발을 공중에 차면서 몸부림치기도 한다. 개인이나 ‘조직’의 비밀을 ‘폭로’하기도 한다. 수면내시경을 받는 사람 100명 가운데 3~4명 정도에서 나타난다는 이른바 역설 반응(paradoxical reaction)이다.
수면내시경은 환자가 진정 상태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진정제를 사용해 내시경 검사를 하는 의료 행위다. 진정제를 사용함으로써 진정 효과를 기대하지만 오히려 진정되지 않은 상태, 즉 각성, 불안, 과잉 흥분, 공격적인 행동을 나타내기 때문에 ‘역설 반응’이라고 부르는 것.
위장과 대장 검사를 받을 때 쓰이는 수면내시경은 잠을 자는 상태에서 받는 내시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 의식이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진정만 시킨다. 보통 수면내시경 때 중추신경계 신경전달물질 ‘가바(GABA)’를 차단하는 진정제가 투여된다. 의식 자체는 살아 있어 의료진의 지시를 따르거나 대화도 가능하다. 다만 깨어나면 기억을 못 한다. 술을 많이 마시고 술주정을 부릴 때와 같은 작용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술을 마시면 헛소리를 하고, 울고, 다소 공격적으로 행동하고 나서 다음 날 기억이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수면내시경에서 주로 사용하는 진정제는 벤조디아제핀 계열(미다졸람 등)이다. 벤조디아제핀은 보통 불안 완화, 진정, 기억 상실 효과를 유발하는데, 일부에선 예상치 못한 이상 반응이 나타난다. 환자가 진정 상태에 이르지 못하고 불안해지거나 과잉 흥분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내시경을 거부하거나, 몸을 과도하게 움직이거나, 비협조적인 행동을 보인다. 드물게는 공격적으로 변해 의료진의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신체적 저항을 보이기도 한다.
내시경 검사를 앞두고 간혹 헛소리를 할까 무섭다는 사람들, 자기가 뭔 말을 해도 못들은 척해달라고 당부하는 환자도 있다. 수면내시경 중 헛소리는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의료진도 대부분의 역설반응은 이해하기 때문이다.
왜 일부 사람들에게만 이러한 역설 반응이 일어나는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보고에 따르면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물에 유전적, 생리적 요인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고, 약물의 투여 용량에 따라서도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용량이 과도하거나 적절하지 않으면 이런 반응이 촉발될 수 있고, 알코올이나 정신과약 등 GABA를 차단하는 상황에 만성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경우에도 역설 반응이 잘 일어난다.
심리적 상태 또한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수면내시경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이 극도로 높은 환자에게서 역설 반응이 나타날 확률이 더 높다. 이전에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에 대한 부정적 경험이 있는 경우에도 역설 반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술을 늘 달고 사는 사람은 일반적인 투약 용량에 진정이 잘 되지 않는다. 또한 과거 수면내시경을 받았을 때 난동을 부린 경험이 있다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
역설 반응이 발생하면 처음 수면내시경을 시행하는 의료진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몇 차례 환자를 경험하고 나면 나름의 대응력이 생긴다. 진정시킬 목적으로 환자와 대화 하기도 하는데, 이는 환자를 진정시키고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몇 번 차분히 대화를 주고받으면 환자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기도 한다.
의료진의 처치에 저항하거나 공격적 반응을 나타낼 때는 자칫 내시경 검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진정제를 해독할 수 있는 길항제(플루마제닐)을 투여하기도 한다. 벤조디아제핀 계열 진정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라면 프로포폴과 같은 다른 계열의 약물로 대체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환자의 과거 역설반응이력, 심리 상태, 알코올 노출빈도 등을 사전에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역설 반응 위험이 높은 환자는 미리 심리적 준비와 설명을 통해 불안을 최소화하는 것이 의료진의 몫이다.
글=최윤호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