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수면제, 복용해도 괜찮나요?
- 등록일시 : 2024-12-10
- 72
- 강원지부
- 파일 :
-
-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수면제,
복용해도 괜찮나요?
주변을 둘러보면 수면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증상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는 좋지만 계속 복용해도 괜찮은지 궁금하다.
건강한 수면 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수면제를 복용해야 한다면 주의할 점을 알아보자.
세계수면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주중 수면 시간은 평균 6시간 11분이며, 한국인 중 26%는 수면 부족을, 31%는 불면증을 겪고 있다. 2021년 심평원 보건의료개방빅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진료받은 사람은 약 67만 명에 달하며 그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수면장애의 원인은 스트레스, 노령화, 알코올 중독 등 물질 남용, 환경적 변화 등 매우 다양하다. 수면에 어려움 을 겪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수면제 처방도 늘어나고 있다.
수면제 중 대표적인 약물로 졸피뎀이 있다. 졸피뎀의 국내 소비량이 세계 6~7위 수준에 달하는 것을 보면, 많은 이가 수면제를 복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벤조디아제핀 계열인 Z약물 중 하나인 졸피뎀이 주로 처방되는데, 이 약물은 빠르게 잠들게 하며 효과 지속 시간이 짧아 많이 사용된다. 졸피뎀 중에는 서방정 형태로 천천히 흡수되도록 개발된 약물도 있다.
또 항우울제 중 트라조돈이나 멀타자핀은 졸음 유발 효과가 있어, 우울증 치료 용량보다 적은 양으로 수면제 대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안정제(벤조디아제핀 계열의 항불안제)도 불안을 줄여주고 졸리게 하는 등 진정 작용이 있어 수면제로 쓰인다. 멜라토닌은 우리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수면을 유도하는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하며, 이를 성분으로 한 멜라토닌 제제도 수면제로 사용된다.
습관적인 복용은 피해야 하는 수면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Z약물(졸피뎀 등), 항우울제, 안정제, 멜라토닌 제제 외에도,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항히스타민 성분의 수면 유도제가 있다. 항히스타민제는 콧물, 재채기, 가려움증 등의 증상을 완화해주지만, 졸음과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등 부작용이 있다. 수면 유도제는 이러한 부작용을 이용한 약물이다. 하지만 수면 유도제를 자주 복용할 정도로 수면장애가 있다면, 의료진에게 진료를 받아 비약물적 치료나 적절한 수면제를 처방받는 것이 좋다.
수면제를 복용하면 내성과 의존성이 생길 수 있다. 초기에는 충분했던 약물의 효과가 점차 줄어들어 용량이 증가하는 것을 내성이라고 하고, 수면제를 습관적으로 복용해 수면제 없이는 잠들지 못하는 상태를 의존성이라고 한다. 항우울제나 멜라토닌 제제는 상대적으로 내성과 의존성 위험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Z약물과 안정제는 장기간 사용하면 내성과 의존성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Z약물이나 안정제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정해진 용량을 지키며 단기간에만 복용하고, 습관적으로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수면제를 복용하면 다른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수면제를 자주 복용하면 낙상에 의한 골절 위험이 높아질 수 있으며, 안정제인 벤조디아제핀 수면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치매 발생이 증가할 수 있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도 있다. 또 수면무호흡증이 있다면 수면제 사용은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수면 중 무호흡이 발생하면, 부족한 산소를 보충하려고 뇌에서 신호를 보내고 횡격막과 가슴근육이 더 강하게 작용하여 자주 깨게 되는데, 수면제는 뇌의 이러한 신호를 방해해 고혈압, 부정맥,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건강한 수면 습관 실천이 우선
매일 규칙적인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는 것이 수면장애 예방과 치료의 중요한 시작점이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수면 패턴이 흐트러지고 수면 부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시각적 자극이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잠자리에 들 때는 스마트폰을 꺼두거나 다른 방에 두는 것만으로도 수면장애가 개선될 수 있다.
또 잠들기 전에 수면을 방해할 수 있는 카페인, 니코틴, 알코올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술은 수면에 해롭다. 음주는 처음에는 수면을 유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깊은 잠을 방해하고 자주 깨게 하므로 피해야 한다. 알코올 의존성이 있는 사람은 수면제에도 의존성이 생길 가능성이 크므로, 수면제를 복용할 때는 술을 줄이거나 끊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잠자리에 누웠을 때 5분 내에 잠이 오지않으면, 침대에서 나와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것이 좋다. 계속 누워 있으면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물어 오히려 잠들기가 어려워진다.
결국, 수면제 사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한 수면 습관을 실천하는 것이다. 수면제를 복용해야 할 때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 정해진 용량을 단기간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 박상민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발췌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지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