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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잦은 연말연시, '밀크시슬'만 믿고 달리는 당신에게
- 등록일시 : 2026-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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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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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잦은 연말연시,
'밀크시슬'만 믿고 달리는 당신에게
회식과 술자리가 잦아지면, 건강검진 결과표에 적힌 간 수치에 괜히 더 신경이 쓰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이 ‘간에 좋다’는 밀크시슬부터 찾곤 하죠.
그런데 이 작은 알약이 정말 지친 간을 되살려줄까요, 아니면 술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버릴까요?
의학적 근거를 제시해 ‘간 영양제’의 진실을 짚어봅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매년 이맘때면 진료실 풍경은 사뭇 진지해집니다. 연말연시에 잦은 술자리와 모임으로 몸을 혹사한 후, 새해 결심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부쩍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건강검진 후 상담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는 바로 이것입니다. “교수님, 제가 이번에 간 수치가 좀 높게 나왔는데요. 간에 좋다는 영양제를 좀 챙겨 먹으면 도움이 될까요?”
영양제, 정확하게 말하면 ‘건강기능식품’이라고 하지요. 이런 분들이 흔히 먹는 건강기능식품 성분이 밀크시슬(Milk thistle)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의 식탁 위나 서랍 속에도 밀크시슬 영양제 한 통이 놓여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인이 많이 섭취하는 영양제 중 하나이자, 피로 해소와 간 건강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밀크시슬. 과연 이 작은 알약이 지친 간을 되살리는 구원투수가 되어줄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의학적 근거를 들어 그 진실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효과는?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밀크시슬은 간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밀크시슬의 핵심 성분인 실리마린(Silymarin)은 엉겅퀴라고 불리는 국화과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항산화 기능이 있습니다. 간세포의 외부 막을 튼튼하게 해 독소 침투를 막고 단백질 합성을 촉진해 손상된 간세포의 재생을 돕는 역할을 함으로써 간 기능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학계에 보고된 연구 결과들은 꽤 긍정적입니다. 2024년 Canadian Liver Journal에 발표된 최신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지방간 환자가 실리마린을 꾸준히 복용했을 때 간세포 손상 지표인 ALT와 AST 수치가 10~20 정도 유의하게 줄어드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즉, 검진표에 찍히는 빨간 숫자를 정상 범위로 돌려놓는 데 효과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이유로 실리마린 성분은 전문의약품으로도 쓰입니다.
건강기능식품이 술을 이길 수 있을까?
하지만 환자를 만날 때 우려하는 지점은 밀크시슬의 효능 자체가 아닙니다. 이것을 술에 대한 면죄부처럼 여기는 심리입니다.
‘요즘 밀크시슬 먹고 있으니까, 술 좀 더 마셔도 덜 취하겠지?’, ‘영양제를 챙겨 먹으니까 간은 보호되고 있을 거야.’ 이런 생각은 위험합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신뢰받는 의학 근거 분석 기관인 코크란(Cochrane) 리뷰에 따르면 밀크시슬이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거나 간경변증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막아준다는 근거는 미미합니다.
쉽게 말해, 불이 난 집(음주로 손상된 간)에 물 한 바가지(밀크시슬)를 끼얹는다고 해서 불길이 잡히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름(술)을 계속 붓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밀크시슬이 검사 수치상의 염증을 조금 줄여줄 수는 있어도, 술이 가하는 타격을 원천 봉쇄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흔치는 않지만 밀크시슬이 위통, 설사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복용 후 불편이 생기면 바로 중단해야 합니다.
2026년 새해, 간을 위한 처방
그렇다면 간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간을 살리는 1순위 치료법은 기능 보조제나 영양제가 아니라 절주를 비롯한 생활습관 교정과 체중감량입니다. 과음과 비만이 불러온 지방간을 치료하는 방법은 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며, 간장약이나 건강기능식품으로 간에 낀 지방을 줄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비싼 영양제를 사 먹는 것보다 오늘 저녁 술잔을 내려놓고 밥 한 숟가락을 덜 먹고 운동화 끈을 매는 것이 간에는 훨씬 더 강력한 치료제인 셈입니다.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은 비싼 운동화와 같은 존재입니다. 좋은 러닝화를 신으면 발의 피로를 조금 덜어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비싼 신발을 신어도 결국 내 두 다리로 뛰지 않으면 살은 빠지지 않습니다. 신발장에 명품 운동화를 진열해두고 소파에 누워 치킨을 먹으며 건강해지기를 바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명품 운동화가 없어도 뛸 수 있으며, 뛰지 않는 사람에게 비싼 운동화는 그저 장식품일 뿐입니다.
검진 결과표에 적힌 간 수치 때문에 걱정되나요? 그렇다면 영양제를 찾기 전에 오늘 밤 술잔부터 내려놓으세요. 그리고 체중계 위에 올라가십시오. 그것이 2026년 새해, 여러분의 간이 바라는 진짜 처방전입니다.
글 오승원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
발췌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지 26년 2월호